짧게 맡길수록 더 받는다…뒤집힌 예금 금리 공식

김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4 16:28:20
  • -
  • +
  • 인쇄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은행 예금 시장에서 단기와 장기 상품의 금리 구조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매파적 신호를 보냈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장기 예금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단기 예금 금리는 올리고 장기 예금은 낮게 유지하는 이례적인 구조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은행의 금리 전망과 자금 운용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포함해 연 2.75~2.90%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반면 36개월(3년) 만기 예금 금리는 은행별로 차이는 있으나,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연 2.40~2.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고 시장금리가 상승한 만큼 장기 예금 금리도 함께 올라야 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4회 연속 동결했고, 통화정책방향문에서는 그간 유지해 온 ‘금리 인하 기조’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당분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후 시장금리는 빠르게 반응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1월 말 3%를 웃돌며 상승 흐름을 보였고, 은행의 단기 예금 금리 역시 이러한 시장금리 변화를 즉각 반영하며 올라섰다.

그럼에도 장기 예금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는 이유는 은행이 ‘현재의 금리 수준’보다 ‘만기까지 이어질 평균 금리 흐름’을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준금리가 당분간 동결될 수는 있지만, 3년이라는 예금 만기 전 기간을 놓고 보면 지금 수준의 금리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단기 예금은 시장금리 변화를 비교적 빠르게 반영해 조정할 수 있지만, 장기 예금은 한 번 금리를 확정하면 만기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향후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고금리를 장기로 확정해 주는 데에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장기 예금에 높은 금리를 제공할 경우, 이후 시장금리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 비용을 장기간 떠안게 되는 리스크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금리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단기 예금 위주로 금리를 조정하는 것이 자금 운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소비자들의 자금 운용 행태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서, 언제든 투자처를 옮길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6개월 내외의 단기 예금이나 파킹통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은행으로서도 장기 자금을 무리하게 유치하기보다는 단기 자금 수요를 흡수하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확실해진 상황에서 단기 예금의 금리 매력은 분명 커졌다”며 “반면 장기 예금은 향후 금리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해 금리 운용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예금 시장에서는 ‘길게 맡길수록 유리하다’는 기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단기와 장기 금리가 엇갈리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예금 만기를 어떻게 가져갈지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

어플

주요기사

[마감] 코스피, 환율 급락 여파에 소폭 하락 마감2025.12.24
원·달러 환율, 정부 개입에 30원 급락…1450원 하회2025.12.24
올해 민간 아파트 일반분양 12만 가구에 불과..15년 만에 최저2025.12.24
지난달 거주지 옮긴 이동 인구 51년 만에 최저2025.12.24
금감원, '개인정보 19만 건 유출' 신한카드 현장검사 착수2025.12.24
뉴스댓글 >

건강이 보이는 대표 K Medical 뉴스

HEADLINE

PHOTO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