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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 '루체'에 적용된 드라이버 비너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
[알파경제=(싱가포르)Ellie Kim 인턴기자] 스포츠카 경쟁사들이 전기차(EV)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가운데, 이탈리아의 명가 페라리가 마침내 순수 전기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페라리는 내연기관 특유의 웅장한 배기음 없이도 운전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지난 25일(현지시간) 브랜드 역사상 최초의 순수 전기차 ‘루체(Luce)’를 전격 공개하며 불확실한 새 시대에 과감한 발을 들였다.
이와 함께 26일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가 루체의 혁신적인 디지털 실내 공간을 완성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단독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페라리의 전통적 헤리티지와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IT)이 결합한 강력한 동맹이 베일을 벗었다.
이탈리아어로 ‘빛’을 의미하는 페라리의 4도어 전기차 루체는 최고 속도 시속 310킬로미터에 달하는 고성능 모델로, 출시 가격은 50만 유로(약 8억8000만원) 이상 책정될 예정이다. 페라리 측은 올해 10월부터 첫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신차 개발에는 과거 애플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 스튜디오 ‘러브프롬’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큰 화제를 모았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루체는 기존 페라리의 정형화된 스포츠카 모델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외형을 갖춘 대형 차량으로 설계됐다.
조니 아이브의 철학이 반영된 루체의 실내 디자인은 이른바 ‘안티 테슬라’ 운동으로 불릴 만큼 순수한 터치스크린 전면화를 거부하고, 기계식 버튼의 물리적 질감과 최첨단 디스플레이의 조화를 추구한다. 이 정교한 디자인 철학을 하드웨어로 구현해 낸 핵심 파트너가 바로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 팀이다.
루체의 실내에는 총 3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 구역에 삼성의 최첨단 OLED 패널 4종(12.9형, 12형, 10.1형, 6.3형)이 독점 탑재된다.
그중에서도 전 세계 자동차 및 디스플레이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운전석 정면에 위치한 ‘드라이버 비너클(계기판 구조물)’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두 장의 OLED를 입체적으로 겹치는 ‘다층 구조’ 설계를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하단의 12형 패널이 기본 배경과 눈금을 투사하고, 그 상단에 겹쳐진 12.9형 패널이 실시간 토크 정보와 경고등을 띄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존의 평면적인 디지털 화면과 차별화된, 깊이감 있는 아날로그 감성의 3차원 입체 효과를 완벽히 재현했다.
이 같은 혁신은 화면 표시 영역에 지름 약 100밀리미터의 구멍을 뚫는 고난도의 ‘빅 홀(Big Hole)’ 가공 기술과 신호 왜곡을 잡는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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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라리 전기차 '루체'. (사진=페라리) |
에르네스토 라살란드라 페라리 최고 연구개발(R&D) 총괄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완벽한 통합을 추구하는 루체의 디자인 철학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해 주었다”라며 “루체에 구현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스템은 페라리의 헤리티지와 미래지향적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전례 없는 디지털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주형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장(부사장) 역시 “루체는 어떤 디자인이든 현실로 구현해 낼 수 있는 OLED의 기술적 우위를 입증한 이정표 같은 차량”이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루체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글로벌 전기 스포츠카 시장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드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수요 둔화 여파로 인해 페라리 자체적으로도 두 번째 전기차 출시를 연기했고, 이탈리아의 숙적 람보르기니 역시 전기차 출시 계획을 공식 철회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라리가 과감한 정면돌파를 선택한 이유는 시장의 장기적인 주도권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 분석가인 펠리페 무뇨스는 페라리가 루체를 당장 대량 판매용 모델로 기대하기보다는, 중국 경쟁사(BYD 등)들이 화려한 신형 전기차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럭셔리 전동화 기준’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적 선언으로 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페라리는 무거운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파워트레인의 실제 진동을 증폭시켜 고유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특수 음향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정체성 유지에 사활을 걸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그랜트 턴턴 스택스의 필 던 전무이사는 “모든 이들이 페라리 하면 떠올리는 외관, 소리, 주행 감각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완벽하게 재창조해내야 하는 대단한 모험”이라고 평가했다.
페라리는 이번 루체 출시를 통해 전기차 수용도가 높은 차세대 젊은 자산가 및 테크 기업가들을 대거 유치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이란 전쟁 등으로 촉발된 고유가 기조 역시 역설적으로 최고급 전기차의 매력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베네데토 비냐 페라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초기 잠재 고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확인한 후 3월부터 루체의 사전 계약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애호가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페라리는 이번 루체가 브랜드의 미래를 여는 상징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라리는 시장 상황을 반영해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비중을 라인업의 20% 수준으로 조정하는 한편, 하이브리드와 전통 내연기관 모델 생산도 지속적으로 병행하며 안정적인 전환기를 맞이할 방침이다.
알파경제 Ellie Kim 인턴기자(press@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