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판] ㉛최재원·김준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 ‘유상증자 목표로’ 기업가치 과대 포장했을 가능성 크다

이형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7 15: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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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SK온 자금 수요 등에 유상증자까지 손댔다
◇유상증자 1달 만에 주가 회복...시장 긍정평가?
◇유상증자, 기업 과대평가·기회주의 전략 결과일 수도
◇과거 실적, 미래 가치로 둔갑·포장...실제 실적은 저조
◇SK, 유상증자 목표아래 치밀한 기업 과대 포장 가능성↑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평판은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기업과 CEO의 좋은 평판은 오랜 기간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쉽지 않다. 반면 나쁜 평판은 한순간 기업의 이미지를 훼손하면서 그간 쌓아온 성과를 허물어버린다.


<알파경제>는 연중기획으로 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과 함께 국내 기업과 CEO들의 다양한 이슈를 학술적 이론을 접목해 풀어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기업과 CEO의 평판을 체크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가치와 미래 등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알파경제=이정민 평판체크연구소장·이형진 기자]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1달여 만에 급등하면서 유상증자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앞서 지난 달 6월 23일 SK이노베이션은 1조 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갑자기 발표하면서 주가 급락을 경험한 바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 (사진=SK)


◇ 자금난, SK온 자금 수요 등에 유상증자까지 손댔다

신주를 발행해서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는 신주발행 비용이 높고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는 주식시장에서 악재로 여겨진다. 유상증자는 주식 유동성과 주식 가치를 하락시키기 때문에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기업만이 사용하는 방안이다[1].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정유·석유화학 시장 불황으로 재무 상황이 악화된 상태였다.

이 같은 처지의 SK이노베이션이 SK온 배터리 사업 지원금 확보와 탄소저감을 위한 그린 사업 전환 등 자금 수요의 필요성에 유상증자까지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발표는 심각한 재정 적자를 반영한 것이므로 기업의 시장 평판을 상당히 저하시킨다.

보통 유상증자를 발표한 후와 공모한 후 기간 모두에서 주가가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난다[2,3].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오른쪽)이 24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신입사원과의 대화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유상증자 1달 만에 주가 회복...시장 긍정평가?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유상증자 발표 1달여 만에 이전 주가를 회복하고 상회했다.

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가 미래를 위한 투자와 성장, 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있고 주가가 기업 가치에 대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평가에 힘입어 평판을 회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가치 제고와 재무구조 개선, 미래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려는 SK이노베이션의 노력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인 김준 부회장은 주주환원을 자주 언급해 왔다.

김 대표는 또 유상증자 발표 후 주주가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주주서한을 공개하기도 했다.

SK온 역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서울종로구 SK 본사. (사진=연합뉴스)


◇ 유상증자, 기업 과대평가·기회주의 전략 결과일 수도

SK이노베이션 사례와 같이 성장을 위한 유상증자는 긍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하나[4], 이는 향후 미래에 대한 평가일 뿐이다.

다수 문헌에서 유상증자를 공모하는 기업의 성과는 부진했고 동일한 산업 및 유사 규모를 가지는 기업들과 비교해 볼 때도 훨씬 저조한 성과를 보여줬을 뿐이다[2,3,5].

또한, 유상증자 공모 후 기업은 3년 정도 부진한 수익 성과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6].

기업이 유상증자 자금으로 투자한 사업들의 성과는 3년 이상 장시간이 걸린 이후 나타나고, 해당 기간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즉, 유상증자는 어떤 목적으로 시행되더라도 중·단기적인 기업의 부진 및 재무악화를 반영하고 주가 하락 흐름을 보인다.

그런데 SK이노베이션과 같이, 빠른 시기에 기업 평판과 주가가 회복하는 경우들도 있다.

연구에서는 이를 기업에 대한 과대평가와 경영진들의 기회주의적 전략의 결과로 설명하고 있다[3-8].
 

최태원(가운데) SK그룹 회장이 2019년 서산 배터리 공장을 찾아 배터리 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과거 실적, 미래 가치로 둔갑·포장...실제 실적은 저조

기업 경영진들은 유상증자 공모로 인한 많은 부정적 결과들(재정악화 및 자금부족 노출, 신주 발행 비용, 주식유동성 저하, 주가하락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가치를 과대 포장한다[5].

유상증자 발표 전부터 기업 수익과 미래 성과를 합리적으로 과장 제시해서 투자자가 오도하게 만드는 것이다[3,6,7].

기업과 경영진은 기업의 공모 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재무 수익을 상향 관리하며, 시장이 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주식 가치를 과대평가할 전략들을 시행한다[3,6,7].

주주 등 이해관계자와의 관계 회복, 사업 계획 및 전망 홍보 등도 이에 포함될 수 있다.

유상증자에 대한 과대평가는 과거 높은 성과, 매출 성장 혹은 주가 급등을 보여주었던 기업일수록 더욱 커진다[3].

시장 및 투자자는 SK이노베이션과 같이 과거 성장을 보여준 기업이 유상증자로 주가가 하락했을 때, 해당 기업의 과거를 회상한다.

이를 통해 투자자 등은 현재 기업가치 및 주가가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틈을 타 해당 기업과 경영진은 미래 청사진과 수익 관리한 증거들을 반복 제시한다. 더불어 과거 성장 경험을 발판 삼아 미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 같은 과정 가운데 유상증자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연구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이후 실적은 부정적임이 밝혀졌다[3].
 

6월 14일 서울 용산구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한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가운데)이 조현상(왼쪽부터) 효성그룹 부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과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SK, 유상증자 목표아래 치밀한 기업 과대 포장 가능성↑

전 세계 유상증자 시행 기업들의 경향성 조사에 따르면 유상증자 공모 시점은 실제 자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 기업의 시장 평가 상황에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및 투자 목적의 유상증자라도 발표 및 공모는 해당 기업의 가치를 과대평가할 수 있을 때 시행됐다[8].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SK이노베이션의 재무악화는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를 방어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사전에 계획하고 관련 관리 전략들을 시행했을 가능성이 크다.

SK이노베이션과 실질적 오너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대표이사 김준 부회장 등은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와 성과 수익을 관리하면서 기업 가치를 과대 포장하는 청사진들을 발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또한, ㈜SK가 지주사이자 SK이노베이션의 최대주주로써 영향을 크게 받는 바, SK그룹 최태원 회장 역시 유상증자 관련 전략에 관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과거부터 최근 문헌까지 유상증자 후 기업 실적은 공통적으로 부진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 투자자는 유상증자 투자 기회에 있어 경영진의 과장된 평가를 고려하고 실제 기업 가치 및 성과를 잘 판단해 투자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출처
[1] Fama, E. F., & French, K. R. (2005). Financing decisions: who issues stock?.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76(3), 549-582.
[2] Veld, C., Verwijmeren, P., & Zabolotnyuk, Y. (2020). Wealth effects of seasoned equity offerings: A meta‐analysis. International Review of Finance, 20(1), 77-131.
[3] Rangan, S. (1998). Earnings management and the performance of seasoned equity offering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50(1), 101-122.
[4] He, Y., Wang, J., & Wei, K. J. (2014). A comprehensive study of liquidity before and after SEOs and SEO underpricing. Journal of Financial Markets, 20, 61– 78.
[5] Spiess, D. K., & Affleck-Graves, J. (1995). Underperformance in long-run stock returns following seasoned equity offerings.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38(3), 243-267.
[6] Rangan, S. (1995). Earnings around seasoned equity offerings: Are they overstated?. Available at SSRN 7319.
[7] Shivakumar, L. (2000). Do firms mislead investors by overstating earnings before seasoned equity offerings?. Journal of accounting and economics, 29(3), 339-371.
[8] Xiao, H., & Xi, J. (2021). The impact of COVID‐19 on seasoned equity offering: Evidence from China. Pacific Economic Review, 26(4), 539-572.

 

알파경제 이형진 기자(bulletwater@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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