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운용사, 상품 베끼기·출혈경쟁 엄단…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 안 돼"

김교식 기자 / 기사승인 : 2025-12-17 11: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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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자산운용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상품 베끼기'와 '제 살 깎아먹기식' 과열 경쟁에 대해 강도 높은 감독을 예고하며 제동을 걸었다.

단기 수익에 급급해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쫓는 영업 행태가 결국 투자자 신뢰 훼손과 시장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다.

이 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 집중 출시와 출혈 경쟁에 대해서는 향후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과 2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해 자산운용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업계의 단기 성과주의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단기 성과에 매몰된 나머지 '상품 쏠림'과 '베끼기' 등 과열 경쟁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반 공모펀드도 운용 차별화가 미흡하고 회사에 유리한 보수체계로 투자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표적인 장기 연금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운용 실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원장은 "장기상품인 TDF에서조차 분산투자 원칙이 준수되지 않는 일부 사례는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무분별한 경쟁은 자산운용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소비자가 시장을 떠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창의적 혁신상품 출시는 적극 지원하되, 적격 TDF 인정요건을 정비하는 등 감독망을 촘촘히 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자산운용사가 단순한 자금 운용을 넘어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자산운용업이 '돈을 굴려 돈만 버는' 금융이 아니라 '가계 자산과 경제를 키우는' 금융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운용사는 수탁자로서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투자 대상 기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수탁자의 의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운용사가 고객 이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개정과 이행 실태 점검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날 참석한 CEO들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이들은 상품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절차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자산운용업계는 자본시장을 통한 생산적 금융이 확산할 수 있도록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국민성장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의 마중물이 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제도적 지원도 요청했다. 서 회장은 "장기투자 세제 혜택이 펀드 투자자에게 실질적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연금계좌 내 주식형펀드 과세 등 공모펀드에 불리한 세제 불균형 해소를 건의했다. 또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유연성 확대와 펀드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알파경제 김교식 기자(ntaro@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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