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계열사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
구광모 회장 체제 '사업 효율화' 기조로 연이은 희망퇴직 단행
“인력 구조조정, 연구개발 및 브랜드 가치 약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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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인화단결’을 핵심 기치로 삼았던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로 넘어가면서 경영철학과 인력운용 방식에서 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서 인력 구조조정에만 몰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일각에선 LG그룹이 전략적 방향 설정 실패와 산업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가운데, 희망퇴직 등을 통해 구성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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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 전 사업부 희망퇴직 실시…중국발 공세에 따른 인력 효율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만 50세 이상 직원 및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LG는 이번 조치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생활가전(HS사업본부), TV(MS사업본부), 전장(VS사업본부), 냉난방공조(ES사업본부) 등 모든 사업본부를 대상으로 한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분기에 191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MS사업본부에서 희망퇴직을 먼저 시행한 바 있다.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런 결정은 중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과 미국의 관세 부과 움직임이 국내 전자업계의 실적 부진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는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을 대비하는 측면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LG의 사업구조 재편을 위한 최근의 조치들이 펀더멘털이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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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 등 계열사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생산직을 대상으로 단기 사외 파견제를 도입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7월부터는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 프로그램 ‘재충전 휴식’을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 역시 지난달 만 5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이는 2022년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에 이은 두 번째 사례로, 조직 슬림화를 통한 경영 효율화 집중의 결과라는 입장이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다.
올해 5월 수처리 필터 사업을 정리했으며, 42세 이상 비직책자 50%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검토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8월에는 생명과학사업본부 내 에스테틱 사업 매각을 단행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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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구조조정, 연구개발 및 브랜드 가치 약화 우려도”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조직 효율화 및 사업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 경쟁사들이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할 때 비용 구조 체질개선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이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더 큰 문제는 LG그룹의 잇따른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해 성장성이 둔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화합과 협력을 중시하면서 고용 안정을 최우선 핵심 기치로 삼았던 LG그룹이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구조조정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박사는 알파경제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원가 절감이나 수익성 개선 등 단기 성과가 있다”면서 “하지만, 연구개발(R&D)이나 LG브랜드 가치 등 성장성이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고 경영진의 보수 및 인센티브 유지는 인력 구조조정의 구성원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내부 반발을 일으켜 LG의 지속 가능성 저하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