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건보공단, 8년간 6000억 '내부자 잔치'…노사 공모에 감독기관 방조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1-10 08: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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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비위에 1년치만 처벌…기재부 '솜방망이' 징계
재정 고갈 경고하며 특사경 요구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년간 약 6000억 원의 인건비를 정부 지침을 위반해 과다 편성하고 이를 직원들끼리 나눠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건보공단은 "규정 해석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노사 단체협약을 통한 조직적 예산 부패로 확인됐다.

무엇보다 1차 감독기관인 기획재정부가 이미 지난해 이를 적발하고도 8년 비위 중 1년 치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 '가짜 승진'으로 부풀린 6000억

권익위는 최근 건보공단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5995억 원을 편법으로 과다 편성했다고 밝혔다.

4급 정원은 9008명인데 실제 현원은 4066명에 불과해 정원의 45%만 채워진 상태였다. 반면 5급과 6급은 각각 정원 대비 188%, 128%로 초과 상태였다.

건보공단은 4급 정원 9008명이 모두 채워진 것처럼 예산을 편성했다.

실제로는 5급이나 6급인 직원들을 예산 서류상으로만 4급이나 5급 보수를 받는 것처럼 '가짜 승진'시켰다.

이렇게 부풀린 예산으로 실제 인건비를 지급하고 남은 돈을 연말에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분배했다.

권익위는 건보공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을 통해 이런 부당한 인건비 배분이 이뤄져 온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1월 "건보공단이 인건비를 과다 편성해 직원들끼리 나눠 갖는다"는 내부 신고가 없었다면 이 같은 사실은 자칫 묻힐 뻔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수년간 법령과 정부 지침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집행한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CG (사진=연합뉴스)


◇ 8년 비위에 1년치만 처벌…기재부 '솜방망이' 징계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지난해 이미 건보공단의 인건비 과다 편성을 적발했다.

하지만 8년간의 비위 중 2023년 한 해 초과 편성분 1443억 원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는 데 그쳤다. 즉각 환수도 아닌 '향후 인건비에서 감액' 조치를 내렸다.

건보공단은 이 금액을 12년에 걸쳐 매년 약 120억 원씩 줄이는 방식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1443억 원에 대한 무이자 장기 대출을 승인해 준 셈이다. 유일한 추가 제재는 2023년도 경영평가 등급을 C등급에서 D등급으로 한 단계 낮춘 것뿐이었다.

공운위의 이런 미온적 조치는 건보공단에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비위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나머지 7년간의 과다 편성액 4552억 원은 공운위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올해 1월 내부 신고자가 권익위에 제보하면서다.

권익위는 별도 조사를 통해 공운위가 '눈감아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4552억 원의 추가 비위를 확인했다. 권익위는 이 사건을 건보공단 주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에 이첩하며 철저한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사진=연합뉴스)


◇ 재정 고갈 경고하며 특사경 요구

건보공단이 6000억 원의 '내부자 잔치'를 벌인 지난 8년간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계속됐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2025년부터 건보 재정이 적자로 전환되고 2028년경 누적 적립금이 완전히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재정 위기 경고 뒤편에서, 정작 재정을 관리해야 할 건보공단 직원들은 연평균 750억 원의 보험료를 빼돌려 자신들의 호주머니를 채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6000억 원 비리가 한창이던 시기, 건보공단이 대외적으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보에 가장 목소리를 높였다.

재정 누수를 막겠다며 의료기관의 불법행위를 직접 수사하고 체포할 수 있는 경찰권을 달라고 국회를 압박해왔다.

외부의 '도둑'을 잡겠다고 나선 이들이, 정작 조직 내부에서 벌어진 6000억 원 규모의 횡령은 8년간 노사 합의로 조장하고 은폐했다.

건보공단 정기석 이사장은 지난 7일 "규정에 대한 해석 오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8년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예산 유용을 '해석 오류'로 포장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권익위로부터 이첩받은 이 사건에 대해 전액 환수는 물론, 책임자에 대한 형사 고발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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