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아니라는 이유로 스프링클러 미설치…8시간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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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안전관리 부실을 강하게 질책했던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불과 6개월 만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가 난 건물에는 기초적인 안전설비인 스프링클러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8개월 전 5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어 숨진 이 공장은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 대통령 질타 무색한 6개월 만의 화재
3일 오후 2시 59분 경기 시흥시 정왕동 SPC삼립 시화공장 R동 3층 식빵 생산라인에서 불이 났다.
당시 12명이 근무 중이던 3층에서 화재가 시작됐고, 40대 여성과 20대·50대 남성 등 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7분 만인 오후 3시 6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펌프차 등 장비 50여대와 소방관 130여명을 투입했다. 큰 불길을 잡는 데만 4시간이 걸렸고, 완전히 진화된 것은 오후 10시 49분이었다. 발화 8시간 만이다.
이 공장은 지난해 7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찾아간 곳이다.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이 대통령은 현장을 방문해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문제"라며 SPC 경영진을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6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같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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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왼쪽)과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안전불감증' 현장
더욱 충격적인 것은 화재가 난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소방당국은 "해당 건물에는 옥내 소화전 설비가 있었으나 자체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며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적 의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기초적인 소화설비를 갖추지 않은 것이다.
식빵을 굽는 고온의 오븐이 가동되고 가연성 재료가 가득한 식품 공장 특성상 화재 위험이 높음에도, SPC는 최소한의 자발적 안전투자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화재 진화에 8시간이 소요된 것도 이러한 안전설비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초기 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불길이 빠르게 확산됐고, 건물 옥상 철근이 내려앉아 진입조차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식품 생산시설의 경우 가연물이 많아 화재에 취약한 만큼, 법적 의무 여부를 떠나 자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한다.
연 매출 수조원대 기업이 노동자 안전을 비용으로만 계산한 결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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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SPC, 끊이지 않는 사고
SPC 계열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고, 2023년 8월에는 성남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끼어 사망했다. 절단이나 골절 등의 부상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SPC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2022년 SPL 사고 이후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노후 기계 교체 등 안전관리 예산으로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시화공장 사고 당시에는 야간 8시간 초과근무 폐지 등 근무제도 개편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시화공장에서 일하던 60대 노동자가 6일 연속 야간근무를 마친 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기본급을 올리는 대신 수당 확대로 임금을 보전하는 방식은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 사망사고와 관련해서는 공장장 등 책임자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며, 조만간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공장 전체 가동을 중단했으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수차례 반복된 사과와 약속이 무색하게, 이번에도 현장에서는 스프링클러조차 없는 안전불감증이 그대로 드러났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