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고작 4528주에 무너진 삼성전자…'거래시간 확대경쟁'이 부른 예고된 참사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2-07 08:00:49
  • -
  • +
  • 인쇄
​호가 얇은 틈 탄 '시세 왜곡'과 '불법 증여' 통로 우려
거래 시간 늘리기가 능사 아냐…보호 장치 없는 시장은 '투기판' 전락
삼성전자.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대한민국 대장주 삼성전자가 단 4528주의 매도 물량에 하한가를 기록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대체거래소(NXT) 도입과 거래 시간 연장이라는 장밋빛 환상이 만들어낸 '유동성 함정'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누군가 던진 4528주의 물량에 삼성전자의 주가는 순식간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


◇ ​텅 빈 호가창에 던진 4528에 시장은 마비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 개장 직후, 매수 호가가 텅 빈 공백을 뚫고 출회된 4,528주의 물량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순식간에 하한가인 11만 1600원까지 끌어내렸다.

체결 금액은 1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나, 이 급격한 가격 변동으로 인해 즉각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되며 거래가 일시 정지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하한가로 접수된 매도 물량과 정확히 일치하는 매수 주문이 동시에 유입되면서 빚어진 우발적인 해프닝"이라며 "현재 정확한 체결 경위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구조적 결함이 너무나 명확하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왜곡된 '널뛰기 차트'는 시장의 신뢰도를 바닥으로 추락시켰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는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이 정도라면 시총이 낮은 중소형주들은 작전 세력의 '놀이터'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 대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 주제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거래 시간 연장, 누구를 위한 '시간 늘리기'인가

​한국거래소는 최근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고 향후 24시간 거래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거래량 없는 시간 연장'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증명했다.

​유동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만 늘려놓으니 적은 물량으로도 시세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사람은 잠도 자지 말라는 거냐", "나이 든 사람은 주식 하지 말라는 소리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압축적이고 효율적이어야 할 시장이 길고 지루한 시세 조작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에 노출된 셈이다.
 

(사진=한국거래소)


◇​ 불법 증여와 시세 조정의 새로운 '꼼수' 노출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사태가 불법 증여의 통로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이다.

호가가 얇은 새벽이나 심야 시간에 미리 공모한 친인척이 하한가에 매수 주문을 걸어두고 본인이 물량을 던져 체결시킨다면 이는 명백한 가격 왜곡이자 편법 증여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자녀에게 싼값에 주식을 넘겨주는 행위가 '시스템의 허점'을 타고 합법의 탈을 쓴 채 벌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 왔지만 수백 개의 종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부당거래 의심사례'를 일일이 잡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사진=연합뉴스)


◇​제도적 보완 없는 '장밋빛 환상'을 멈춰라

​금융당국은 단순히 거래 시간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

후발주자 ​넥스트레이드는 거래 시작 전 일정 시간 동안 주문을 모아 처리하는 통합 거래 시스템 등 유동성 부족을 보완할 장치가 시급하다.

강관우 전 모건스탠리 이사 겸 더프레미아 대표이사는 "저유동성 시간대의 비정상적 거래에 대한 즉각적인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우리 시장의 규모와 체력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시간 연장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총 1천조원의 ​삼성전자가 4528주에 하한가를 가는 시장은 정상적인 자본주의 시장이 아니다.

당국이 이 '황당한 거래'를 묵인하고 방치한다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투자처가 아닌 '거대한 도박판'으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시간을 늘릴 때가 아니라, 신뢰를 회복할 때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어플

주요기사

[현장] 빗썸, 있지도 않은 '유령 코인' 뿌렸나…보유량 초과 장부거래 의혹 일파만파2026.02.06
[현장] 최태원의 무리수?...대한상의 '수퍼리치 2400명 탈한국' 자료 조작 논란2026.02.06
[분석] 자동차주, 1월 美 점유율 확대 긍정적.. 로보틱스 통한 밸류 확장2026.02.06
[심층] 카카오뱅크, 제한적인 대출성장 환경 속 M&A 통해 성장 도모2026.02.06
[공시분석] 삼성자산운용, 원익IPS 신규 대주주 등극…”반도체 업황 중장기 개선 전망”2026.02.05
뉴스댓글 >

건강이 보이는 대표 K Medical 뉴스

HEADLINE

PHOTO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