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국제제재 이란 위장업체와 수천억 거래하다 돈 뜯긴 삼성重…어처구니없는 '헛장사'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4-19 21: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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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중공업)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삼성중공업은 2275억 원대 초대형 유조선 건조 계약이 이란의 불법 업체로 넘어가는 과정조차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처참한 내부통제 수준을 드러냈다.

​특히, 실체도 모르는 위장 법인을 위해 수천억 원짜리 배를 다 짓고도 끝내 잔금조차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헛장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경영진 책임론이 일고 있다.

​1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미국 재무부가 메리트론 DMCC를 이란 불법 원유 밀수 업체로 제재 명단에 올린 사건을 두고 "미국 제재 이전인 지난 2월과 3월에 이미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해명했다. 회사 측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망을 극적으로 피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양새다.

​하지만 내막을 짚어보면 삼성중공업의 치명적인 시스템 구멍이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중공업은 2023년 테오도르 시핑과 처음 계약을 맺었고, 이후 메리트론이 해당 계약 명의를 슬그머니 넘겨받았다.

​두 회사 모두 이란 최고지도자 최측근의 아들이 운영하는 불법 그림자 선단의 핵심 위장 계열사다. 명의 변경을 통한 전형적인 제재 회피 수법이 글로벌 조선사를 자처하는 삼성중공업의 수주 심사망을 완벽하게 농락했다.

​삼성중공업 내부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수천억 원이 오가는 계약 주체가 바뀌는데도 삼성중공업 실무진과 경영진은 돈의 출처와 진짜 주인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사실이라면 삼성중공업이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도 결코 아니다. 단지 발주처가 돈을 주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 뿐이다.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사진=삼성중공업)

 

​만약 메리트론이 제때 잔금을 입금했다면 삼성중공업은 꼼짝없이 미국 재무부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국제 금융망에서 밀려날 뻔했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는 "고객사가 잔금을 떼어먹은 덕분에 우연히 제재 폭탄을 피하고도 위험 요소에서 깔끔히 벗어났다고 안도하는 것은 주주와 시장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주인을 잃은 100만 배럴급 유조선 2척은 거제조선소 앞바다에서 귀중한 도크(Dock) 공간만 차지하는 악성 재고로 전락했다. 삼성중공업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 시간을 고스란히 낭비했다.

​눈앞의 수주 실적에 눈이 멀어 검은돈인지 제재 대상인지도 모르고 덥석 도장부터 찍는 헐거운 영업 관행이 참사를 불렀다.

​우기훈 전 코트라 부사장 겸 기술혁신과 무역포럼 회장은 "최성안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중공업 경영진은 요행으로 피한 위기를 실력으로 착각할 때가 아니다"면서 "경영진은 거제 앞바다에 방치한 수천억 원대 악성 재고를 직시하고, 위장 법인의 명의 세탁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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