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HTS테마주식, 증권사 후안무치와 금감원 업무태만이 낳은 괴물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3-04-12 20:43:29
  • -
  • +
  • 인쇄
◇한투·미래 등 대다수 증권사, 인포스탁 공급 테마주식 검증 안해
◇기업, 테마 이용해 주가 상승 유도...애꿎은 피해 투자자 불가피
◇금융감독원 2012년에 조사 뒤 테마주식 고삐 풀렸다
◇테마주식, 증권사 자체 검증시스템 설치가 최우선 과제
한 대형증권사의 인포스탁 제공 테마주식서비스 화면 (사진=인포스탁 홈페이지 캡처)

 

우리나라 25개 증권사에서 서비스 중인 테마주식은 증권정보 전문 인포스탁(대표이사 신민석·51)에서 자체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2023년 4월 5일자 [단독] 인포스탁, 삼성·미래·키움 등 25개 증권사에 테마주식 마음대로 만들어 공급했나? 참고기사>

 

인포스탁은 유스넷코리아(대표이사 권용호·52)가 지배하고 있는 연매출 60억원 가량의 직원 스무명 남짓인 중소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대형증권사부터 중소형 증권사까지 자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에서 사실상 인포스탁 독점 공급의 테마주식 서비스를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다.

잘 알려진 바, 테마주식은 각종 부작용을 낳는 비정상적인 주식 투자의 온상 중 하나인 것으로 여겨진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 한투·미래 등 대다수 증권사, 인포스탁 공급 테마주식 검증 안해

키움증권 측은 “인포스탁과의 거래가 오래돼 콘텐츠에 문제가 있더라도 연락할 채널이 없다”면서 “거래 계산서만 왔다 갔다 할 뿐 어떤 서비스가 어떻게 노출되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우리나라 HTS 개인 이용고객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인 결과, 키움증권 HTS 영웅문에 인포스탁의 테마주식 정보가 자동 업데이트되는 형태로 고객들에게 노출되고 있다.

키움 측 해명에 따르면 인포스탁이 공급 중인 테마주식에 대한 진위 검증이나 회사 내 별도 검증 채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이익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인포스탁 테마주식 서비스에 대한 별도 검증 채널을 구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HTS콘텐츠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삼성증권조차 별도 검증 절차없이 인포스탁의 테마주식 서비스를 자사 HTS에 그대로 자동 노출시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인포스탁 테마주식 서비스 검증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증권사의 관계자는 “거의 모든 증권사가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인포스탁 테마주식 서비스 노출을 대행하고 있다”면서 “별도 검증 시스템이 없다는 것에 대한 내부 문제 제기는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증권사는 자사 HTS 등에서 서비스되는 테마주식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기업, 테마 이용해 주가 상승 유도...애꿎은 피해 투자자 불가피

네이버금융에 따르면 이차전지 테마로 묶여 있는 상장 기업은 130여 곳에 달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가입 회원사가 163곳인 점을 감안하면 이차전지 사업을 하는 대부분 기업이 상장사이다.

이차전지는 기업공개(IPO) 때도 흥행을 이끌었다. 주식시장 혹한기에 들어선 2022년에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9곳이 상장했고 1063.2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치호 NBNtv 수석연구위원은 기업의 업종상 테마를 분류는하는 것은 주관적일수 있기에, 기준이 명확해야하나, 애매한 경우가 많다면서 애매한 테마주에 편승해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들도 있다. 물적 분할을 시도했거나 시행한 기업들이 대표적이다라고 말했다.


IPO 시 사업 현황에 이차전지를 끼워 넣는 일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해 상장한 펨트론은 3D 정밀공정 검사장비를 SMT와 반도체, 이차전지 시장에 납품하고 있다. 펨트론의 이차전지 납품 매출은 전체 2.1%에 불과하다. 하지만 팸트론은 회사 사업부문에 이차전지 사업을 버젓이 올려놨다.

강관우 독립리서치 더프레미어 대표이사는 “테마로 소위 한탕 해 먹으려는 기업이나 세력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면서 “테마로 인한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해당 산업이나 섹터는 더 이상 자본시장을 통한 양질의 자금 수혈이 끊어질 수밖에 없고 결국 공멸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은 2012년 특별조사반을 가동 하고 '정치 테마주'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 금융감독원 2012년에 조사 뒤 테마주식 고삐 풀려

지난 2012년 금감원은 테마주식 부당거래 근절을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바 있다. 테마주식 형성 과정에 관여했을 것으로 인식되는 여러 언론사와 인포스탁 등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은 테마주식과 부정거래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혀내지 못하고 ‘테마주식 투자위험은 투자자에게 있으니 알아서 조심하라’는 식의 권고사항만 남긴 채 끝을 냈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이사는 “당시 금감원의 용두사미식 테마주 조사가 끝나고 증권사들은 고객 서비스를 내세워 앞다퉈 자사 HTS 등에 테마주식을 버젓이 서비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2012년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증권사에 테마주식 서비스를 하라고 판을 깔아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주식 리딩방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 테마주식, 증권사 자체 검증시스템 설치가 최우선 과제

경제전문 법률가들은 금융당국의 테마주식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전대규 전대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증권사 테마주식의 핵심은 인포스탁 독점 공급이 아닌 검증시스템을 통한 묻지마 테마주 양산을 막아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금감원도 테마주식 부당거래만 조사할 것이 아니라 관련 부작용이 없도록 증권사 검증시스템 설치를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0년에서 2021년 3월까지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을 걸고 대대적인 주식 불공정 거래 단속에 나선바 있다. 당시 집중대응단은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참여해 각종 테마주나 공매도 관련 불법·불건전 거래를 대응했다.

집중대응단은 사업의 실체가 불명확함에도 'OO테마주' 등의 명목으로 허위 과장된 풍문을 유포하거나, 공매도 금지 기간 중의 공매도 거래나 무차입 공매도 금지 위반 여부도 집중점검했다.

대응단은 또 유료 리딩방 등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일괄점검도 실시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등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증권사 테마주식 서비스에 대한 진위 여부 검증 시스템 설치 등은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주요기사

[현장] "개인정보 유출 없다더니"…하루만에 말 바꾼 KT2025.09.15
[분석] 신정부 허니문 기간 종료, 단기 주가 변동성 대비2025.09.15
[심층] PG업계, 금감원 가이드라인에 반발..."본질 벗어난 규제"2025.09.15
[현장] 1인당 GDP 4만달러 언제쯤..."2027~2029년 전망"2025.09.14
[공시분석] 약진하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시총의 절반 육박2025.09.13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