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내부통제] 진옥동 신한금융, '부패 이너서클'로 사기·횡령·손실 은폐와 지연전략

김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12-23 09:17:52
  • -
  • +
  • 인쇄
작년 신한투자증권 ETF LP 운용 두달간 누적손실 1300억원 규모
“경영진·이사회 판단 및 개입, 내부통제 실효성 약화”
“신한금융 회장 승계 구조…내부통제 문화의 고착과 무관치 않아”
진옥동 회장, 내부통제 실패 속 이사회 ‘자기사람’으로 채워 연임 비판 제기돼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지난 2023년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대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실시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지주사를 겨냥해 ‘부패 이너서클’로 지목하면서 강력한 비판을 내놨다.


진옥동 회장도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취임 초기 내부통제와 소비자보호 강화를 핵심 경영 기조로 제시함에 따라 안정적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금융사고를 잘 통제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약 3년간 계열사 전반에서 발생한 내부통제 문제를 시간과 수치로 정리하면, 신한금융의 통제는 강화되기보다 지연되는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신한투자증권, 신한은행, 해외법인, 신탁과 보험 계열에서 각각 발생한 사고는 업권도, 수법도 달랐다. 하지만 공통점은 명확했다. 리스크가 발생한 시점과 그룹 차원의 개입 시점 사이에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공백이 있었다는 점이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라, 통제를 실제로 작동시켜야 할 권한과 책임이 이사회와 경영진, 계열사 사이에서 분명하게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작년 신한투자증권 ETF LP 운용 두달간 누적손실 1300억원 규모

대표적인 사례는 2024년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ETF LP 운용 손실이다.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약 두 달간 누적된 손실 규모는 약 1,300억 원에 달했다. 해당 부서는 유동성공급자 역할을 수행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선물 매매를 통한 방향성 거래를 병행했고, 손실 발생 이후 일부 거래를 스와프 거래로 허위 등록한 정황까지 확인됐다. 손실이 인지된 시점은 2024년 9월 초였지만, 그룹 차원의 공식 사과는 3개월이나 지난 2024년 12월에야 이뤄졌다.

신한은행의 허위대출 기반 횡령 사고는 내부통제 지연이 얼마나 장기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여신 담당 직원이 고객 서류를 위조해 허위 대출을 실행·상환하는 방식으로 17억7천만 원을 횡령한 기간은 2021년 1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정확히 31개월이다.

수십 차례의 허위 대출이 반복되는 동안 내부 점검과 감사는 이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고, 이사회 차원의 개입 역시 사고 종료 이후에야 이뤄졌다. 은행 핵심 프로세스에서 2년 반 넘게 동일 수법이 지속됐다는 사실은 내부통제가 규정 위반을 차단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후 책임 정리 절차로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 횡령사고…28개월간 37억원 피해

해외에서도 유사한 패턴은 반복됐다. 2025년 8월 공시된 신한은행 베트남 법인 횡령 사고는 2023년 3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약 28개월간 이어졌고, 피해 금액은 37억4,880만 원에 달했다. 본점과 해외법인의 시스템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사고 기간과 수법, 적발 방식이 국내 사고와 겹친다는 점은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설계가 해외까지 일관되게 작동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신한자산신탁과 보험 계열에서도 내부통제 문제는 수치로 확인된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신한자산신탁에서는 2020년 2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임직원 13명이 회사에 신고하지 않은 채 총 9억4,300만 원 규모의 주식 거래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면서 “이 가운데 한 팀장은 6개 증권사에서 7개 계좌를 활용해 약 3억 원을 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는 전·현직 임직원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까지 이뤄졌다”면서 “같은 해 신한라이프는 정기검사 결과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고, 신한은행은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에서 ‘미흡’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 경영진·이사회 판단 및 개입, 내부통제 실효성 약화

이처럼 은행·증권·신탁·보험 전반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분산적으로 발생한 배경에는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적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회장은 이사회 의제 설정과 주요 계열사 CEO 인사, 회장 승계 절차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사회는 법적 요건만으로 보면 사외이사 비중을 충족하지만, 구성은 전직 금융권·공공부문 출신 인사 중심이며 평균 재임 기간도 3~4년으로 비교적 길다. 이사회와 경영진이 유사한 정보 환경과 판단 기준을 공유할 경우, 통제는 조기 차단보다는 조직 안정과 충격 최소화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기 쉽다.

위원회 구조 역시 다층적으로 마련돼 있지만, 감사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 등의 핵심 구성원이 중첩되면서 책임은 집중되지 않고 분산된다. 그 결과 “위원회에서 논의했다”는 기록은 남지만, "누가 언제 내부통제의 문제점을 파고들어 멈췄어야 했는지"는 남지 않는다. 내부통제는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영진이나 이사회의 판단과 개입의 문제라는 점에서, 이런 구조는 통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


(사진=연합뉴스)


◇ “신한금융 회장 승계 구조…내부통제 문화의 고착과 무관치 않아”

신한금융의 회장 승계 구조도 내부통제 문화의 고착과 무관하지 않다. 승계 절차는 제도화돼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내부 후보 중심의 연속성이 강하다. 대규모 손실과 장기 횡령, 반복된 제재가 발생했음에도 승계 구조 자체가 흔들린 적은 없었다. 내부통제 실패가 곧바로 지배구조 리스크로 전환되지 않는 구조인 셈이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대주주가 없는 분산형 지배 구조는 장점이 많지만 외부 견제의 강도도 낮춘다”면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있지만,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사례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장과 이사회, 경영진을 동시에 압박할 외부 축이 약한 상황에서 내부통제는 비용으로만 인식되기 쉽고, 리스크는 이런 구조 속에서 누적된다”고 말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신한금융에서 확인된 내부통제 실패는 금액 기준으로는 수백억에서 천억 원 단위, 시간 기준으로는 2년에서 4년 단위로 누적됐다. 이는 개별 사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배구조가 내부통제를 얼마나 빠르게 작동시킬 수 있었는지를 시험한 결과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는 안정적이었지만, 그 안정성은 개입과 차단을 늦추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통제는 항상 숫자가 확정된 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연합뉴스)


◇ 진옥동 회장, 내부통제 실패 속 이사회 ‘자기사람’으로 채워 연임 비판 제기돼

신한금융의 구조적 내부통제 실패 지적과 함께 진옥동 회장의 연임 행보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패 이너서클’로 금융지주를 지목했다. 현행 제도는 회장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사회를 '우호 세력'으로 채워 '셀프 연임'을 용이하게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의 향후 권력 향방을 결정하는 사외이사의 임기는 평균 5년 이상으로, 현직 회장의 임기인 3년보다 길다. 이로 인해 회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이사회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 연임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런 구조는 회장의 장기 집권과 함께 인사 및 경영 전반에 대한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면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이사회가 특정 인물의 영향력 아래 놓일 경우, 금융지주 전체의 건전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

어플

주요기사

한화생명, 자본비율 부담 본격적으로 경감-한국證2025.12.23
농협은행, 금요일 1시간 단축근무 도입 ‘큰 틀 합의’2025.12.23
대형 증권사 5곳, 3년간 모험자본 20조 이상 공급…사모펀드 ‘원스트라이크 아웃’ 도입2025.12.23
KB스타리츠, 여의도파이낸스타워 편입…해외 흔들리자 국내 오피스로 무게 이동2025.12.23
[개장] 뉴욕증시, 기술주 강세로 '산타랠리' 기대..오라클 3%↑2025.12.23
뉴스댓글 >

건강이 보이는 대표 K Medical 뉴스

HEADLINE

PHOTO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