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죽음의 사업장' 꼬리표 단 포스코이앤씨…혼쭐난 장인화 회장과 송치영 사장의 반성은 진짜일까

김종효 선임기자 / 기사승인 : 2026-06-15 18: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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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한 정부의 몽둥이…고개 숙인 최고 경영진
수백 번 울린 경고음 묵살한 '죽음의 궤도'
보여주기식 사과 넘어 '위험의 외주화' 끊어내야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종효 선임기자] 차가운 흙바닥에서 또 한 명의 젊은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9일 포스코이앤씨가 짓고 있는 서울 신안산선 복선철도 건설 현장에서 35세 하청 노동자가 15m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케이블 트레이를 설치하려고 뚫린 공간을 넓히다 벌어진 참변이다. 

 

(사진=연합뉴스)

​◇ 참다못한 정부의 몽둥이…고개 숙인 최고 경영진

​포스코이앤씨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망 사고 탓에 어느새 '죽음의 사업장'이라는 무서운 오명을 썼다. 

 

회사가 스스로 참혹한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헛발질만 거듭하자, 참다못한 정부가 결국 몽둥이를 들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5일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과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 등 수뇌부를 정부세종청사로 불러들였다. 

 

꼬리를 무는 중대재해를 두고 최고 경영진을 앞자리에 앉혀놓고 호되게 꾸짖은 것이다.

​장관이 쏟아낸 매서운 불호령에 장 회장과 송 대표는 함께 고개를 푹 숙였다. 

 

장 회장은 "회사가 지닌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국민이 보내는 믿음을 되찾겠다"며 현장 안전 예산을 늘리고 정규직 안전 담당자를 더 뽑겠다고 다짐했다. 

 

왼쪽부터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대표. (사진=생성형 AI 제미나이)

​◇ 수백 번 울린 경고음 묵살한 '죽음의 궤도'

​하지만 데스크의 눈으로 바라본 이들의 반성문은 몹시 공허하다. 포스코이앤씨가 곡괭이를 쥔 신안산선 공사장은 이미 현장 일꾼들 사이에서 '죽음의 궤도'로 통한다.

불과 1년 전 광명시 구간에서는 땅속 터널이 무너져 사상자가 났고, 몇 달 뒤 여의도역 구간에서는 쏟아지는 철근에 펌프카 기사가 깔려 억울하게 눈을 감았다. 

 

나라가 주도하는 단일 철도 공사에서 해마다 하청 노동자가 핏값을 치르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이 비극은 어쩌다 운이 나빠 터진 사고가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올 초 현장을 샅샅이 뒤졌을 때 포스코이앤씨가 쏟아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만 400건을 웃돈다.

수백 번이나 붉은 경고음이 현장 곳곳에서 요란하게 울렸는데도,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 수칙조차 나 몰라라 내팽개쳤다는 명백한 증거다.

​해당 기사에 달린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사람보다 뒷짐 진 관리자가 더 많다"는 촌철살인 댓글은 우리 건설 현장의 씁쓸한 민낯을 정확히 찌른다. 

 

대기업은 대형 사고가 터져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앵무새처럼 '안전 관리자를 늘리겠다'고 외친다.

하지만 서류에만 이름을 올린 책상머리 관리자만 득실댈 뿐, 정작 가장 험한 사지로 내몰리는 하청 노동자를 감싸줄 튼튼한 동아줄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현장의 서늘한 외침이다. 

 

(사진=연합뉴스)

​◇ 보여주기식 사과 넘어 '위험의 외주화' 끊어내야

​김영훈 장관이 포스코그룹 수뇌부를 불러들여 혼쭐낸 것이 그저 성난 민심을 달래고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한바탕 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뼈를 깎는 수사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어겼는지 샅샅이 따져 묻고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워야 한다.

장인화 회장과 송치영 대표 역시 쏟아지는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얄팍한 말장난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일이다.

​위험하고 궂은일을 힘없는 하청업체에 헐값으로 떠넘기는 낡고 병든 악습을 이제는 무 자르듯 끊어내야 한다. 

 

공사 기간을 억지로 줄이고 비용을 쥐어짜는 탐욕 속에서 노동자의 생명을 온전히 지켜낼 길은 없다.

번듯하고 쾌적한 세종청사 회의실에서 내뱉은 맹세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캄캄한 땅속 터널 밑바닥까지 제대로 닿지 못한다면, 포스코를 향한 매서운 눈초리는 영영 거둘 수 없을 것이다.

힘없는 하청 노동자의 핏값을 밑거름 삼아 달리는 기차는 우리 사회에 필요 없다.

 

알파경제 김종효 선임기자(kei1000@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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