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갈라진 기둥 부직포로 덮고, 확인은 사진 땜질"…포스코이앤씨·서희건설, 참사 부른 '막장 시공'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4-03 09: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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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오류 못 거르고 시공 순서는 '내 맘대로'
국토부, 최장 8개월 영업정지 등 고강도 제재 예고
포스코이앤씨 송치영 대표이사가 14일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중대재해 근절을 위한 건설사 간담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 = 이준현 기자] 1년 전 1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를 낸 신안산선 5-2공구 투아치터널 붕괴 사고의 핵심 원인이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의 총체적 '안전 불감증'과 '부실 시공'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애초에 잘못된 설계를 전혀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물론, 현장 확인을 사진으로 대체하고 붕괴 전조증상마저 방치하는 등 대형 건설사의 현장이라고는 믿기 힘든 수준의 관리 실태가 정부 조사를 통해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18일 서울 여의도역 신안산선 공사 현장에서 작업자 1명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공사를 맡았던 포스코이앤씨의 송치영 사장이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눈감은 시공사"…치명적 설계 오류 놓치고, 시공 순서도 '내 맘대로'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하중 계산 오류라는 설계 단계의 치명적 결함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직접 시공하고 검증해야 할 포스코이앤씨·서희건설 컨소시엄은 착공 전엔 고사하고 사고 발생 1년 전 설계 변경을 진행할 당시에도 이 오류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장에서의 임의 시공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설계도서에 명시된 터널 시공 순서(터널 굴착→강지보 설치→숏크리트 타설→강관 보강 그라우팅)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기에 더해 구조적 안전성 확인 없이 강관 보강 그라우팅을 먼저 진행하는 등 시공 순서를 뒤바꿨다.

또한, 양측 터널 굴착 시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하라는 설계 기준도 묵살했다.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그 차이가 최대 36m까지 벌어졌으나 시공사는 이를 무리하게 강행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도 광명시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에서 14일 구조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장 점검은 '사진'으로 땜질…붕괴 전조증상도 천으로 덮어 가려

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된 상태였다. 규정상 터널 굴착 시 1m를 파 들어갈 때마다 지반 분야 기술인이 굴착면 끝부분(막장)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다. 하지만 시공사는 일부 작업을 단순히 '사진'을 찍어 확인하는 것으로 땜질했다.

심지어 자체 안전관리계획에 실무경력 5년 이상의 고급 기술자가 막장을 관찰하도록 명시해 놓고도, 실제 현장에는 자격 미달의 기술인을 배치해 대형 사고의 위험을 고스란히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인 '전조증상'마저 은폐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붕괴 전 중앙기둥에는 콘크리트 균열과 변형 등 파괴를 알리는 전조증상이 나타났으나, 시공사 측이 기둥을 부직포로 칭칭 감싸놓은 탓에 누구도 이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현장에 당연히 비치되어야 할 균열관리대장조차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현장 안전 점검조차 철저히 외면받았다. 매일 공종별로 진행해야 하는 자체 안전점검과 터널에 대한 정기 안전점검 역시 일절 실시되지 않았다.

특히 사고 구간의 지반 조건이 예상보다 크게 불량한 풍화암 지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암석 판정 절차조차 생략하는 등 대형 건설사의 현장이라고는 믿기 힘든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경기남부경찰청과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경기도 광명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의 미얀마인 근로자 감전 사고와 관련해 12일 포스코이앤씨 인천 본사(인천 연수구) 압수수색을 위해 사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불법 재하도급 정황까지…국토부 "최장 8개월 영업정지 추진"

앞서 언급한 부실시공에 더해 불법 재하도급 정황까지 드러나며 포스코이앤씨 등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지난 2월 특별점검을 통해 건설기술진흥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위법 사실들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국토교통부는 사조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공사 등에 대해 최장 8개월의 영업정지 처분과 벌점 부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법령 위반 등 형사처벌 대상에 대해서는 경찰 등 수사기관에 조사 결과를 넘겨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사조위 조사 결과와 제시된 의견을 적극 반영하겠다"며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입장문을 통해 고개를 숙였어도 기본적인 현장 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한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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