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웅제약, ‘거점도매’ 앞세운 일방적 계약 해지…윤재승 개인회사 ‘일감 몰아주기’ 의혹까지

김영택 기자 / 기사승인 : 2026-05-28 15: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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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약품유통협회, 공정위 고발 “부당한 거래거절·차별취급으로 유통 생태계 파괴”
해외 유통망 흉내 내다 국내 약국·환자 피해 우려…대웅제약 “효율성 추구” 변명만
(사진=이지메디컴 홈페이지)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대웅제약이 유통 구조 효율화를 명분으로 내세운 ‘블록형 거점도매’ 체제가 결국 법정 공방으로 비화했다.


기존 중소 유통업체들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오너 일가의 특수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주려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제약업계 고질병인 ‘갑질 횡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대웅제약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대웅제약의 이번 조치가 공정거래법 제45조가 금지하는 ‘부당한 거래거절’ 및 ‘부당한 차별취급’에 해당한다며 공정위의 엄중한 조사를 촉구했다. 

 

(사진=한국의약품유통협회)


◇ 고작 5개 업체만 남기고 싹둑…길거리 나앉게 된 기존 유통사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월 대웅제약이 기습적으로 도입한 ‘블록형 거점도매’ 방식이다. <2026년 5월 28일자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대웅제약·이지메디컴에 ‘전면 투쟁’ 선언…“대체 품목 전환 불사” 참고기사>

대웅제약은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쪼갠 뒤, 권역별로 특정 유통업체만 지정해 약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거래하던 40여 개 유통업체는 단 한 줄의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대웅제약이 최종 선정한 거점도매 업체는 고작 5곳에 불과했다.

의약품 시장은 특정 제약사의 제품명으로 처방이 나오는 독점적 특성을 지닌다.

김종필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홍보관리국장은 알파경제에 “제약사로부터 직접 약을 공급받지 못하는 도매상은 요양기관을 상대로 한 영업 자체가 원천 봉쇄된다”면서 “대웅제약의 일방적인 ‘라인 자르기’로 인해 수십 년간 신뢰를 쌓아온 기존 유통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생존권을 위협받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국의약품유통협회)


◇ ‘도도매’ 강요로 유통 비용 상승…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대웅제약 측은 거점도매에 탈락한 업체들도 거점 업체를 통해 약을 받는 ‘도도매’ 방식을 쓰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유통 현실을 전혀 모르는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중간 유통 단계가 하나 더 늘어나는 ‘도도매’ 체제에서는 거점도매 업체가 공급 가격과 물량을 쥐고 흔들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하부 도매상들의 가격 협상력은 바닥을 치고, 의약품 조달 비용은 상승하게 된다.

박호영 회장은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정책은 단순히 유통 단계의 축소가 아니라, 수십 년간 쌓아온 의약품 유통 생태계를 뿌리째 흔드는 갑질 행위”라며 “협회는 모든 회원사의 역량을 결집해 이 불합리한 정책이 철회될 때까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사진=연합뉴스)

 

◇ 효율성 뒤에 숨은 ‘오너 일가’ 특수관계사 몰아주기 의혹

가장 큰 문제는 대웅제약의 특수관계사인 온라인 쇼핑몰 ‘더편한샵(더샵)’을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9월 국민 연고로 불리는 ‘베아로반연고’ 등 주요 의약품의 유통 채널을 ‘더편한샵’으로 일원화했다.

기존 도매업체들로 가는 공급줄을 죄다 끊어버리고, 일선 약국들에게 사실상 더편한샵 이용을 강요한 것이다. 

 

(사진=제미나이 AI 생성)

주목할 점은 이 더편한샵의 지배구조다.

더편한샵은 올해 3월 이지메디컴에 흡수합병됐는데, 이지메디컴은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CVO) 측이 지분 53% 이상을 보유한 꼼수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라는 평가다.

결국 ‘유통 효율화’라는 거창한 명분은 오너 일가 관계사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정당화 수단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짙어지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 “미국·일본 흉내” 구차한 변명…공정위 칼날 피할까

이 같은 전방위적 비판에 대해 대웅제약 측은 “기존 업체들의 피해 근거가 부족하다”며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소수 유통업체를 지정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내 의약품 시장의 특수성과 오너 일가 친족 기업으로의 물량 몰아주기 정황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이다.

선진국 사례를 핑계로 삼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한치호 경제평론가 겸 행정학 박사는 “대웅제약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공정위 조사가 어떻게 이뤄질 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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