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보험업계,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 현실화

김혜실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9 04: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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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경제=김혜실 기자]보험사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보험사가 새회계제도(IFRS17)를 도입한 이후 금융당국은 2023년 실손의료보험 계리가정 산출기준, 2024년 무저해지 상품해지율 추정 가이드라인 등을 추가로 도입했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면서,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비율 하락이 불가피해져 업계가 곤혹을 치르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 (사진=연합뉴스)

◇ 무·저해지 보험 가이드라인에 K-ICS 하락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보험사 미래 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고 보고 이를 보수적으로 가정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보험사들이 해지율을 높게 가정함으로써 미래에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줄여 회계상 이익을 높게 책정할 수 있었지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 해지율을 낮게 책정해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 부채가 늘어나고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자본이 많은 대형사들의 경우에는 타격이 미미하지만, 중소형 보험사들은 별도의 자본 확충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 올해 초 DB생명보험, D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은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사진=연합뉴스)

◇ 업계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 필요"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 체제에서 과도한 자금 유출을 방지하고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당 여력을 떨어뜨리고, 이익이 늘어나는데도 법인세 납부액은 줄어든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IFRS17이 도입된 이후 회사별 적용 계리가정이 달라 건전성 비교가 어렵고, 일부 보험사는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업계에서는 꾸준히 제도 개선을 요구해왔다. 

특히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 개선에 대해 생명보험협회장은 공식적으로 금융당국에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12일 생보협회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사 관련 새 회계기준(IFRS17)과 함께 도입된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가 밸류업 정책에 부합하도록 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 당국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사진=생명보험협회장)

◇ "부채평가 감독 기준, 민간 실무표준 도입 필요"

업계에서는 사실상 선진국 어디에서도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를 찾아볼 수는 없다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또 당국이 제시한 부채평가 관련 감독기준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해외 사례처럼 민간 실무표준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7일 보험연구원 주최로 열린 'IFRS17 기초가정 관리방안' 세미나에서 장덕조 서강대학교 교수는 "국내 부채평가 감독 기준의 경우 내외부 검증을 위한 준거자료가 부족하고, 부실 검증 시 제재 근거가 미비해 검증에 한계가 있다"며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계리전문단체가 운영하는 자율규제 실무표준을 국내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영국과 독일은 EU의 지급여력기준(SolvencyⅡ)에 따라 부채평가기준을 준수하며, 영국의 경우 재무보고위원회(FRC)가 계리표준(TAS)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가 원칙론적 책임준비금제도(PBR)를 통해 감독 목적상의 부채평가를 위한 세부적인 방법론(VM)과 실무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장 교수는 "감독기준을 시행세칙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감독당국의 기준에 대한 추가 설명, 산출 예시, 모범사례 등은 민간 실무표준으로 위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감독당국의 기준과 시장 자율규제를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IFRS17 주요 계리가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계리 감독 선진화 로드맵을 마련하고, 민간 실무표준에 대한 위임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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