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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이 자산 건전성이 악화된 일부 저축은행에 '취약' 등급을 추가 확정하며, 적기시정조치 부과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에 이어 적기시정조치 부과 은행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 강제 구조조정 규모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 금융당국, 일부 저축은행에 '취약' 추가 통보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지난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4곳에 대한 경영실태평가의 최종 평가 등급을 전달했다. 이들 대부분이 자산 건전성 '취약'인 4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저축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르면 경영실태평가 종합평가등급이 3등급이거나 자산건전성 또는 자본적정성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면 적기시정조치 '권고' 대상이 된다.
적기시정조치는 금융 당국이 부실 금융사에 내리는 경영개선조치로, 경영개선권고·경영개선요구·경영개선명령 3단계로 나뉜다.
적기시정조치 최고 단계인 '명령'에서는 영업이 정지되거나 합병·매각될 수 있어 강제 구조조정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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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 안국·라온저축은행 적기시정조치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3월 말 기준으로 3곳의 취약 등급을 확정했고, 금융위가 이를 토대로 안국·라온저축은행 2곳에 적기시정조치의 가장 낮은 단계인 6개월 경영개선권고를 부과한 바 있다.
적기시정조치는 부실 금융사에 금융당국이 내리는 강제 조치로, 저축은행이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것은 2018년 1월 이후 6년 만이다.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안국저축은행과 라온저축은행은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등의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약속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추후 영업정지 등을 당할 수 있다.
인천·경기 지역에서 주로 영업하는 안국저축은행은 총자산 3285억원 규모 중소형 은행으로 지난해 3분기 말 연체율은 19.3%,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4.8%다. 전년 대비 각각 6.02%포인트, 14.95%포인트 급상승했다. 특히 부동산 업종 대출 연체율은 28.6%에 달했다.
대구·경북·강원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라온저축은행은 총자산 1309억으로, 연체율은 3분기 말 15.8%로 전년 대비 2.9%포인트 상승했다. 라온저축은행 부동산 업종 대출 연체율 역시 21.96%로 집계됐다.
특히 저축은행은 부동산 대출 총액이 총대출의 절반을 넘길 수 없는데, 3분기 말 기준 안국저축은행은 총대출 2176억원 가운데 1047억원, 라온저축은행은 총대출 839억원 중 443억원으로 부동산 대출이 절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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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한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
◇ 부동산 PF 대출 부실...저축은행 구조조정 불가피
문제는 이번 조치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저축은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금감원이 지난해 9월 말 기준 저축은행 대상 기준 경영실태평가 결과도 곧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라 그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들의 대거 M&A가 점쳐지는 이유다.
이미 적기시정조치를 받은 라온저축은행은 최대주주 우영훈 대표 측이 보유 주식 전체(지분율 60%, 48만주)를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베셀에 약 68억원에 매도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업체인 베셀은 최근 주요 고객인 중국 측 물량이 줄면서 9월 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라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또 OK금융은 지난달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가격 결정을 앞뒀다. 상상인그룹은 최대주주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문제로 금융위로부터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주식 매각 명령을 받은 상황이다.
희망퇴직 등 내부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5일까지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연봉 1년치 지급 조건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자산 부실화로 경영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경기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영향으로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다. 전국 저축은행 79곳 중 36곳(45.6%)이 지난 3분기 기준 연체율 1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연체율이 두 자릿수를 넘는 곳은 14곳(17.7%)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2.6배 늘었다.
업계에서는 건설업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저축은행 부실에 따른 구조조정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파경제 김혜실 기자(kimhs211@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