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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세계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모집액보다 17배 많은 1조7000억원가량이 몰렸지만, 호텔롯데는 민간 채권평가사 평가금리(민평금리) 대비 높은 금리로 발행하면서 다소 저조했다.
롯데는 이번 흥행 부진으로 재무 부담에 대한 의구심이 남았다. 여기에 문제는 올해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호텔롯데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증권의 규모가 1조원이 넘는다는 점이다.
◇ 신세계 채권 발행 규모 2000억으로 늘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AA)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전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1조6950억원의 인수 자금을 모았다.
2년물 500억원 수요예측에는 5900억원이 들어왔고, 3년물 500억원에는 1조1050억원이 몰렸다.
발행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이 맡았다.
신세계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30bp~+30bp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증권신고서 기준 발행금리는 민평금리 대비 -45bp, -54bp 선으로 결정됐다. 2년물 4.009%, 3년물 3.998% 수준이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신세계는 2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전망이다.
◇ 호텔롯데 '절반의 성공'
같은 날 15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는 호텔롯데는 5390억원어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이가운데 절반가량인 700억원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가 인수했다.
호텔롯데의 이번 수요예측에는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총 6곳이 주관사로 참여했다.
호텔롯데는 회사채 금리 밴드를 민평금리 대비 최대 70bp까지 올려 제시했다. 발행금리는 증권신고서 기준 2년물 +1bp, 3년물 +1bp 선으로 결정됐다.
발행 예정 규모보다는 큰 규모의 주문이 들어오면서 호텔롯데는 총 3000억원까지 증액을 검토할 것으로 보이지만 언더 발행은 어려울 전망이다.
호텔롯데의 신용등급은 'AA-'로 AA 등급 가운데서도 최하단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다는 평가다.
회사채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유통시장에서 가격이 급락해 평가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롯데건설 발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호텔롯데는 최근 롯데건설이 지급보증한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 매입 기구에 1500억원을 대여하기로 결의했다.
◇ 호텔롯데 만기 6개월 미만 부채만 1조3000억원
문제는 올해 상반기 중 만기가 도래하는 호텔롯데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증권의 규모만 1조2977억원이라는 점이다. 호텔롯데의 총부채 규모는 작년 3분기 기준 12조3617억원이다.
부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 재발행이 필요한데, 현재 2~5년 만기 AA급 회사채의 조달금리는 5~6%대로 과거 2% 내외의 저리에서 갈아타려면 이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 호텔롯데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 참패하면서 향후 발행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종효 인포스탁데일리 전문위원은 "금리가 안정을 되찾은 데다 기관투자가들의 연초 포트폴리오 재구성 시점이 맞물리면서 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가 몰리고 있다"면서도 "신세계와 같은 우량한 회사채에만 투자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올해 롯데의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