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美 은행 연쇄 붕괴 우려..."국내 영향 제한적"

김우림 / 기사승인 : 2023-03-13 10: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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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경제=김우림 기자]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미국 스타트업 자금줄 역할을 했던 은행이 파산하면서 기업 줄도산 우려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미국 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면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글로벌로 확대될지에도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사진=연합뉴스)

 

◇ SVB 폐쇄...미국 은행 역대 두번째 파산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신규법인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을 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이전하고, SVB 보유 자산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SVB의 파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워싱턴뮤추얼 붕괴 이후 최대 규모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21년 말(1160억 달러)보다 930억 달러 증가한 2090억 달러다. 1년 만에 자산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초고속 성장을 이뤘다.  

 

SVB 부문별 매출 비중 등

 

SVB는 18억 달러의 채권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22억5000만달러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했으나,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예금 인출(뱅크런)로 약 14시간 만에 파산을 발표했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사태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됐으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예금 인출에 따른 유동성 축소 영향"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사진=연합뉴스)

 

◇ SVB 파산 이틀 만에 시그니처은행도 폐쇄

미국 SVB 붕괴의 여파 속 또 다른 미국 은행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됐다.

뉴욕주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는 뉴욕주 소재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관재인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암호화폐산업 전문 은행인 시그니처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은 1104억달러(약 146조원), 예치금은 885억9000만달러(약 117조원) 규모다.

시그니처은행 자산도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넘겨받아 매각이나 예금 지급에 사용할 계획이다.

당국은 "시그니처은행 예금주들은 모두 보호를 받을 것"이라며 "납세자들이 손실을 부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방예금보험공사는 예금에 대해 1인당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까지 보장키로 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SVB 처럼 자산규모 대비 증권 비중이 크고 현금 비중이 낮은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경계심과 여진이 진행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그렇지만 아직까지 전체 금융시스템, 대형 금융기관들의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한은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 낮아"

 

SVB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한국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은 13일 오전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SVB 사태 이후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이승헌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은행들의 건전성이 개선되어 온 점, 미 재무부‧연준‧FDIC가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SVB와 시그니처뱅크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투자심리에 미치는 영향,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은행은 이번 사태가 국내 금리‧주가‧환율 등 가격변수와 자본유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갈 방침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VB 파산은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회피가 강화된다는 측면에서 국내 주식 시장에 단기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오는 22일 열리는 미 FOMC에서 미 연준의 50bp 인상 가능성이 확대될 시 SVB 파산의 전염 우려와 결부되어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알파경제 김우림 (anarim89@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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