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자본증권 우려 현실화될까
◇ 국내 금융권 영향은 제한적 [알파경제=유정민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에서 시작된 글로벌 은행 위기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유럽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까지 불똥이 튀었다.
CS의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AT1) 전액 상각 후폭풍으로 AT1 발행량이 많은 도이체방크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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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사진=연합뉴스) |
◇ 도이체방크 CDS 프리미엄 급등
스위스 최대 은행 UBS가 위기의 CS를 인수하면서 CS 위기는 일단락됐지만,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에 대한 위기감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주 도이체방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했다. 도이체방크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장중 222bp(1bp=0.01%포인트)까지 올랐다. 한 달도 안 돼 두 배 넘게 뛰었다.
CDS 채권은 발행한 국가나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이 높아졌다는 것은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CDS 프리미엄 급등으로 도이체방크의 당시 주가는 장중 한 때 15%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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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사진=연합뉴스) |
◇ 신종자본증권 우려 현실화될까
이에 따라 UBS의 CS 인수 과정에서 문제가 된 이른바 코코본드, AT1 채권 우려가 현실화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UBS가 CS를 인수하면서 CS 주식은 사주되 CS가 발행한 AT1은 상환하지 않기로 하면서 AT1에 투자한 연기금, 운용사, 보험회사 등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다.
문제는 도이체방크 역시 상당한 양의 AT1을 발행했다는 점이다. 도이체방크가 발행한 AT1 채권은 약 91억달러(한화 약 12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CET1(보통주 자본 등 핵심 자본) 대비 17.7%로 유럽 평균 약 16%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도이체방크의 재무여건은 크게 개선된 상태로, 주요 사업부 수익규모가 동반 확대되고 있으며 이자 및 수수료, 유가증권 관련 이익 모두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년 ROE는 8%로 타 유럽 은행들과 큰 차이가 없고, 유럽 주요국 가운데 국채금리 수준이 가장 낮음에도 평균 이상의 순이자마진(NIM)을 확보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취약한 금융기관에 대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과거 실적 부진과 AT1 이슈를 경험한 도이치뱅크에 대한 우려가 동반 확대된 것"이라며 "CS 사태와 마찬가지로 위험의 전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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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지주. (사진=연합뉴스) |
◇ 국내 금융권 영향은 제한적
관련 사태가 국내 은행에서도 나타날 가능성도 낮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국내 은행 및 지주사가 발행한 조건부자본증권의 상각 조건은 ▲ 부실금융기관 지정 혹은 ▲ 경영개선명령 혹은 ▲ 보통주자본비율 5.125% 이하로 떨어질 경우로 타이트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은 BIS 규제 및 부실금융기관 기준 대비 자본건전성이 매우 우수한 편이기 때문에 관련 이벤트가 갑자기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또한 국내 코코본드 특약에는 주식보다 먼저 상각할 수 없고, 베일아웃 제도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기 말 자금 유출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과 맞물려 단기적으로 추가적인 크레딧 수요를 제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배승 연구원은 "국내 금융권의 경우 유동성 및 건전성 이슈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면서도 "AT1 리스크 부각 이후 전반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저축은행, PF 등 취약한 부문을 둘러싼 경계감 또한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향후 AT1 차환발행이 어려워진다고 극단적으로 가정할 경우 금융지주사들의 Tier 1 비율이 다소 하락할 수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이 배제된 보통주자본비율로도 아직 양호한 수준이기 때문에 자본비율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신종자본증권 제외시 금융지주사들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경제 유정민 (hera20214@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