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하고 있는 대형 금융사고와 반복되는 위법 행위는 내부통제 시스템의 심각한 허점을 보여주고 있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약화, 느슨한 조직문화, 그리고 준법감시 체계의 미흡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금융사의 내부통제 부실을 심화시키고 있다. <알파경제>는 국내 주요 금융사를 대상 '과거 겪었던 내부통제 실패 사례'를 중심으로 무엇이 반복되고 있는지, 왜 문제가 되풀이 되는지 등을 구조적으로 진단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연중 기획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편집자주]
① 진옥동 '부패 이너서클'로 사기·횡령·손실 은폐와 지연전략
② 진옥동 연임 체제의 또 다른 리스크..비은행은 통제도, 성과도 놓쳐
③ 신한은행, 진옥동 깐부 정상혁만 생존...부행장 7명 교체 인사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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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진옥동 현 신한금융지주 회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사진=신한금융) |
[알파경제=김종효 기자] 신한금융 진옥동 회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일류신한을 위해 스캔들 제로(0)를 만들어야 한다"고 선언했다. 내부통제를 업의 윤리이자 신뢰의 기반으로 삼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선언이 무색하게 신한금융 계열사에서 대형 사고들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논점은 '금융사고의 발생 여부'에서 '사고 이후 책임의 향방'으로 옮겨붙었다. 연쇄 사고가 남긴 불편한 파장은 인사 구조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났다.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 원대 운용손실 은폐, 신한은행의 17억 원 규모 허위대출 횡령, 베트남 법인의 37억 원 횡령, 신한자산신탁의 장기간 불법 거래와 금품 수수, 여기에 신한은행의 18억 원 추가 금융사고까지. 사건은 특정 부서가 아닌 계열사 전반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개별 사건의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점은 명확했다. 첫째 적발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 둘째 사고가 확인된 뒤에도 책임의 화살이 경영진까지 닿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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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혁 신한은행장이 4일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개별 최종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정상혁 은행장 연임…그 이후 시작된 '반쪽' 쇄신
논란의 핵심은 정상혁 신한은행장 체제로 모아진다. 2023년 2월 취임한 정상혁 행장은 2024년 12월 5일 연임에 성공했다. 통상 연임 시 1년 임기를 부여하는 관례를 깨고, 정 행장은 이례적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받았다.
연임의 명분으로는 '리딩뱅크 탈환'과 '내부통제 강화 노력'이 꼽혔다. 실제로 정 행장 취임 첫해인 2023년 신한은행은 3조 67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연임 확정 이후 드러난 내부통제 실태는 이러한 평가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압구정 지점 허위대출 횡령은 2021년 12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2년 8개월간 지속됐고, 베트남 법인 횡령 역시 정 행장 취임 직후인 2023년 3월부터 2025년 7월까지 2년 4개월간 이어진 뒤에야 적발됐다.
확인된 사고 금액만 약 72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정 행장의 연임은 사고 자체보다 "사고를 수습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을 키웠다.
연임 직후 신한은행 부행장급 인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로 단행됐다. 2024년 12월 20일 임기 만료 임원 14명 중 9명이 교체되고 10명이 신규 선임됐다.
이어 지난 23일 다시 부행장급 7명이 신규 선임되며 주요 그룹장 라인에 추가 교체가 이뤄졌다. 불과 1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굵직한 부행장급 개편이 연속으로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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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신한금융그룹) |
◇ '쇄신'인가, '꼬리 자르기'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쇄신'이라는 단어는 설득력을 잃는다.
현장에서 받아들이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최고 책임자는 연임으로 안정성을 보장받은 반면, 그 아래 실무 임원진은 2024년 12월과 2025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물갈이되었다는 사실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사고가 반복된 뒤 인사가 한 번이면 '쇄신'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1년 사이 두 번이라면 조직은 다른 신호를 읽는다"며 "이는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을 시스템이나 구조가 아닌 특정 '라인'이나 개인에게만 돌리는 '꼬리 자르기'식 처방으로 비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정상혁 행장의 배경 또한 이러한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그는 신한은행에서만 35년을 근무한 정통 '신한맨'이자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진 회장 취임 직후 은행장으로 발탁되었고, 주요 계열사 CEO들이 대거 교체되는 태풍 속에서도 자리를 지킨 사례로 회자된다.
여기에 연임 이후 1년 동안 부행장급 인사가 두 번이나 단행되자 "최고 책임자는 성역으로 보호되고, 아래 라인만 순환되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금융위·금감원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회전문 인사를 두고 "똑같은 집단이 부패한 이너서클을 만들어서 돌아가며 계속 해 먹더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이는 금융지주사가 견제 없는 '카르텔'로 변질돼, 경영 실패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기득권만 유지하려는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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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한금융그룹) |
◇ 내부통제 강화는 '선언'이 아닌 '입증'의 영역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정상혁 은행장 연임 사유로 '내부통제 강화 노력'을 강조해 왔다. 신한은행은 지난 1월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며 제도 정비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역설을 낳는다. 강화된 내부통제가 실질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 CEO의 연임이 결정되고, 대신 실무 라인만 연쇄 교체되는 모습은 "제도 마련은 면피용 명분이 되고, 실제 사고의 책임은 아래로만 흐른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전대규 전대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책무구조도는 제출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며 "사고 발생 빈도가 줄었는지, 사고 징후를 얼마나 빨리 포착했는지가 입증되어야 한다. 내부통제 강화 후에도 사고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책무구조도는 제도적 장치가 아니라 단순한 '서류 뭉치'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사 원칙의 일관성 논란 역시 이러한 우려를 키운다.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한 계열사 대표가 교체되는 반면, 적자와 사고가 이어진 곳의 책임 라인은 유지되는 듯한 장면들이 이어지면서 '신상필벌'의 기준이 흔들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통제의 본질은 결국 '책임성'이다. 인사가 그 원칙을 뒤집는 순간 내부통제는 조직 문화로 뿌리내리기 어렵다. 연쇄 사고가 "우연"이 아니라면, 그 다음은 "책임 설계"가 따라야 한다. 그런데 신한은행의 경우 2024년 12월과 2025년 12월 두 차례의 부행장급 개편을 연이어 단행하면서도 최고 책임자는 유지됐다.
이 구조가 '내부통제 강화'로 읽힐지, '책임 분산'으로 읽힐지는 이제 이후에 발생하는 내부통제 사고가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알파경제 김종효 기자(kei1000@alpha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