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1100억 투입' 마비노기 모바일, 기본도 못 지킨 치명적 버그에 신뢰 와르르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6-19 19: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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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개발비에도 '보관함' 버그…회귀 테스트 없었나
수익 버그 4시간 수정 vs 유저 버그 7일 방치
신뢰 붕괴한 '대작'…롤백 딜레마?
(사진=넥슨)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넥슨 자회사 데브캣이 8년간 1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마비노기 모바일'이 출시 3개월 만에 치명적인 품질관리 실패로 유저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19일 대규모 업데이트와 함께 발생한 '보관함 버그'는 게임의 핵심 수익모델을 무력화시키는 심각한 결함이었음에도 사전에 발견되지 못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데브캣이 자사 수익에 영향을 주는 버그는 번개같이 수정하면서도, 유저 경험을 해치는 치명적 오류는 일주일간 방치해온 이중잣대 운영 행태다.

◇ 천문학적 개발비에도 '보관함' 버그

이날 대규모 업데이트 후 발견된 보관함 버그는 유저들이 보석이나 룬 아이템을 개인 보관함에 넣었다 빼는 단순한 행위만으로도 고가의 유료 아이템인 '보석 스킬 세공기'나 '룬 재설정 프리즘'을 사용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핵심 BM모델을 근본부터 흔드는 치명적 결함이었다.

정상적으로는 수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최적화된 보석 옵션을 몇 번의 클릭만으로 무료로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버그 발견 후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 내 전체 채팅과 각종 커뮤니티로 정보가 확산됐고, 일부 유저들은 이를 악용해 단시간에 종결급 아이템을 대량 생산했다.

데브캣은 오후 2시 50분 긴급 임시점검을 공지했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초 오후 6시까지로 예정됐던 임시점검은 오후 9시로 연장됐고, 유저들은 대규모 업데이트가 적용된 날 대부분을 게임에 접속조차 하지 못한 채 기다려야 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11시까지 정기점검에 이어 추가로 7시간에 달하는 점검이 이어지면서 유저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문제는 이 같은 치명적 결함이 8년간 1100억원을 투입한 개발 프로젝트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버그가 발생한 곳은 신규 콘텐츠가 아닌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보관함'이었다.

이는 새로운 코드 추가 후 기존 기능의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회귀 테스트(Regression Test) 과정에 심각한 공백이 있었음을 시사한다.
 

(사진=넥슨)


◇ 수익 타격엔 '번개 대응'…유저 불편엔 '나 몰라라'

더욱 유저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건 데브캣의 선택적 버그 대응 행태다.

보관함 버그가 발견된 지 채 4시간도 되지 않아 오후 2시 50분 긴급 임시점검이 단행됐다. 자사 수익모델에 직격탄을 날린 버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번개 대응'을 보인 것이다.

반면 유저 경험을 심각하게 해치는 버그들에 대한 대응은 현저히 달랐다.

지난 5월 상위 레이드 콘텐츠인 '글라스기브넨' 어려움 난이도에서는 게임이 강제 종료되는 치명적 오류가 발생했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임에도 데브캣은 즉각적인 수정 대신 "오류창이 떠도 확인을 누르지 말고 창을 띄워놓은 채로 플레이하라"는 황당한 임시방편을 제시했다. 이 버그는 일주일 가까이 방치됐다.

6월 13일에는 '보물 임프 런'이라는 편법이 발견됐다. 특정 던전을 반복 입장해 희귀 몬스터만 골라 사냥하는 방식으로 게임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데브캣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하루 이내 임시점검을 통해 신속히 차단했다.

패턴은 명확했다. 자사 수익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주는 버그('보관함 버그', '보물 임프 런')에는 즉각적인 임시점검이라는 최고 수준의 대응을 보였다.

반면 매출과 무관하지만 유저 경험을 심각하게 해치는 버그('글라스기브넨 오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방치됐다.

한 마비노기 모바일 유저는 "개발사가 돈 되는 버그는 칼같이 고치면서 우리 불편은 몰라라 하는 게 너무 노골적"이라며 "유저를 호구로 보는 것 같아 배신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사진=넥슨)


◇ 신뢰 붕괴한 '대작'…롤백 딜레마?

현재 데브캣은 롤백(서버 되돌리기) 여부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버그 발생 이전 시점으로 서버를 되돌리는 것이 불공정 해소를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이는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긴 무고한 유저들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행위다.

반대로 롤백을 포기하면 버그로 얻어진 비정상적 아이템들이 게임 경제에 영구적으로 남게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저들의 신뢰가 이미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정당하게 비용을 지불한 과금 유저들은 자신들의 투자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 상황에서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한 유저는 "개발사의 무능으로 언제든 무가치해질 수 있는 시스템에 왜 돈을 써야 하느냐"며 근본적인 회의감을 표출했다.

한국게임이용자협회는 마비노기 모바일 관련 유저 의견 114건을 취합해 넥슨에 질의서를 전달했다. 일부 유저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마비노기 모바일의 초기 흥행 성과를 감안할 때 이번 사태는 매우 아쉽다"고 평가했다.
 

데브캣 김동건 대표. (사진=유튜브 캡처)


◇ 데브캣 향한 내외부 질타 '봇물'

이번 사태로 그동안 누적됐던 데브캣에 대한 비판 여론이 봇물을 이뤘다.

특히 1100억원이 넘는 차입금을 끌어다 쓰면서도 이런 기초적인 실수를 반복하는 데 대한 논란이 확산됐다.

데브캣은 2020년 넥슨과 원더홀딩스의 합작법인으로 독립한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해왔다.

작년에만 3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넥슨으로부터 받은 차입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누적 차입금이 1130억원에 달했으며, 연간 이자비용만 52억원이 발생한다.

문제는 이처럼 천문학적 투자에도 불구하고 데브캣의 성과가 처참하다는 점이다.

김동건 대표가 이끄는 데브캣은 마비노기 시리즈 외에는 별다른 성공작이 없다. 2019년 출시된 '어센던트 원'은 6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는 참패를 기록했다.

넥슨 내부에서도 데브캣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현실감각 없는 데다 독창적이지도 않은 결과물을 매우 느긋하게 개발하는 것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데브캣과 넥슨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따라 마비노기 모바일의 장기적 생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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