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산 오류로 지급된 가상자산도 부당이득” 반환 의무 인정

김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6-02-13 16:5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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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김지현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산 오류로 잘못 지급된 코인에 대해서도 반환 의무가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빗썸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 관련해 반환 절차와 향후 대응 방향이 주목되는 가운데, 유사 사안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제시된 것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민사13부(부장판사 장용범)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가 이용자 한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전산 오류로 지급된 가상자산은 법률상 원인 없는 급여에 해당한다”며 “피고는 회수되지 않은 173만9236테더(USDT)를 원고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원물 반환이 불가능할 경우에는 변론 종결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한 가액인 약 25억4972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법원은 거래소 약관의 효력, 오지급 자산의 성격, 거래 질서 유지를 위한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바이비트의 조치가 약관규제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한 씨가 계정 제한 조치 등을 문제 삼아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반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바이비트가 2023년 8월 전산 오류로 제휴 파트너였던 한 씨에게 정상 지급액을 크게 웃도는 약 1530만 테더를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200억원이 넘는 규모다.

한 씨는 오지급된 코인 대부분을 자신의 일반 계정으로 옮긴 뒤 다른 가상자산으로 교환해 인출했다.

바이비트는 즉시 계정을 제한하고 일부 자산을 회수했으나 173만9236테더는 회수하지 못했고, 이후 반환을 거부한 한 씨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한 씨는 계정 제한과 자산 회수가 약관규제법에 위반된다며 지난해 7월 맞소송했다.

이번 판결은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와도 맞닿아 있다.

빗썸은 지난 6일 오후 7시 이벤트 당첨자 249명에게 총 62만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단위를 잘못 입력해 62만 개의 비트코인을 오지급했다.

사고 발생 약 35분 뒤 관련 계좌의 거래와 출금을 차단했지만, 일부 이용자가 이를 현금화하거나 다른 가상자산으로 전환하면서 약 130억원 규모의 자산은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빗썸은 자발적인 반환을 거부하는 이용자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청구 등 민사 절차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빗썸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현재 해당 사안은 당국의 검사·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반환 방식이나 후속 대응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에서는 원물 반환이 원칙이다. 다만 가상자산은 가격 변동성이 큰 만큼, 사고 이후 시세가 상승할 경우 동일 수량의 원물을 반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가상자산 오지급 분쟁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 전산 오류로 취득한 자산이라 하더라도 부당이득에 해당할 경우 반환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다. 

 

알파경제 김지현 기자(ababe1978@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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