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경제8단체-참여연대, 합병·분할시 자본거래 규제엔 공감대…상법개정 이견 팽팽

김영택 기자 / 기사승인 : 2024-12-27 14: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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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주이익 보호 미흡 공감대…자본시장 부정적 영향 미쳐
문제사례별 핀셋 해결 모색이 바람직 vs. 문제의 근본적 해결 위해 법 개정 필요
(사진=대한상의)

 

[알파경제=김영택 기자] 한국 재계와 시민사회가 이사의 주주보호 의무를 둘러싼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밸류업과 주주보호의 주요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는 경제8단체와 참여연대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을 비롯해 상법 및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 기업 관계자 등 약 80여 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또는 주주 보호의무 신설에 대한 입장 차이가 드러났지만, 합병가액 산정기준이나 물적분할 후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 대한 신주배정 등 실제 문제가 되는 사례에 대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대체로 의견이 일치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상법 개정이 지배주주 외의 일반주주 보호라는 취지와 달리 자본력을 보유한 해외투기펀드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김종보 참여연대 금융법센터 소장은 "기업 이사들의 노력을 인정하지만, 주주 대상 충실의무를 반영한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대한상의)


◇ 한국 주주이익 보호 미흡…자본시장 부정적 영향 미쳐

첫 번째 발표자인 권용수 건국대 교수는 해외 입법 사례를 분석하며 "독일과 일본도 이사의 의무는 회사에 대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해 ESG 경영 등 실무관행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행법 해석론과 판례 발전을 통한 주주 보호 강화를 제안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 비해 한국의 주주이익 보호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주보호 의무의 명문화를 지지하면서도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회사의 정상적 경영활동은 보장해야 한다"며 합병·신주발행·투자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과 임원책임배상보험 현실화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사진=대한상의)

◇ 문제사례별 핀셋 해결 모색이 바람직 vs. 문제의 근본적 해결 위해 법 개정 필요

토론 세션에서는 이사의 의무와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제시됐다.

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은 이번 토론에는 ▲권재열 경희대 교수 ▲김우진 서울대 교수 ▲지인엽 동국대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최승재 세종대 교수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이 참여했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는 상법 개정안이 세계적 추세와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이사는 회사에 대해 의무를 부담하는 법리가 정립돼 있는데 상법 개정안은 이에 배치된다"며 "모든 주주의 이익 고려는 이상적 관념에 불과한 만큼 자본시장법을 통해 문제사례만 핀셋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인엽 동국대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산업구조, 임원 성과보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펀드의 경영권 탈취가 현실화되면 기업은 단기실적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는 기업 성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그는 "밸류업의 핵심은 기업성과이며, 전 세계적으로 녹록치 않은 현 상황에서 총주주의 이익을 우선하라는 모호한 개념이 상법에 도입될 경우 이사는 배임 우려로 어떤 의사결정도 하지 못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주주보호 일반원칙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합병 등 4대 자본거래에 대해 구체적 주주보호절차를 명시한 점이 포인트"라면서도 "그러나 4대 유형 외의 주주이익 침해행위도 있으므로 주주보호 일반원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상법 개정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등 현재도 주주보호를 위한 규제가 여러 가지로 마련돼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상법 개정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배주주 사익편취 문제를 개별 규제로 대응하는 것은 지난 30년간의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라며, "상법에 전체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 원칙을 선언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오늘 세미나를 통해 주주보호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고 국회 공청회 등 입법 진행경과를 지켜보며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상법·자본시장법 등 개정안이 기업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경제 김영택 기자(sitory010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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