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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블유코리아 SNS) |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두산그룹 산하 두산매거진이 발행하는 패션잡지 W코리아의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이 기부금 부풀리기 의혹에 휩싸였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이수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W코리아가 '20년간 누적 11억 원 기부'라는 홍보를 내세웠지만, 실제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된 금액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3억 1569만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이혜주 W코리아 편집장이 기부금을 받는 재단의 이사직을 겸임하고 있어 구조적 이해충돌 문제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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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더블유코리아 SNS) |
◇ 20년간 11억 홍보했지만 실제론 3억…7년간 기부 '제로'
W코리아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스무 해를 지나오며 누적 11억원을 기부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는 'Love Your W'를 국내 최대 규모 자선 행사로 포장하는 핵심 근거였다.
하지만 이 주장은 국회가 확보한 공식 기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수진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W코리아가 2007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유방건강재단에 전달한 총액은 3억1569만원이다.
이는 W코리아가 주장한 금액의 28.7%에 그치는 수치로, 18년간 연평균 기부액은 1750만 원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무려 7년간 단 한 차례의 기부도 이뤄지지 않았다. 18년 중 9년이 기부 중단 기간이었던 셈이다. 매년 화려한 갈라 파티를 열면서도 정작 기부는 완전히 멈춰 선 것이다.
2024년에야 1억2530만원을 전달하며 기부가 재개됐지만, 이마저도 논란이 불거진 직후였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2012년 4282만원을 정점으로 2016년 500만원까지 급감했던 기부액 추이는, 이 캠페인의 지속성과 진정성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진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W코리아는 올해 행사 하루 동안 명품 브랜드 협찬금 등으로 약 10억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 브랜드는 3000만원 선, 주얼리 브랜드는 500만원 선에서 참가비를 냈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톰브라운, 카르티에 등 29개 글로벌 브랜드가 참여했다.
업계의 추정대로라면, 단 하루 만에 10억 원을 모금하면서 20년간 누적 기부액이 11억 원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행사 운영비가 모금액 대부분을 집어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 대관료, 케이터링 비용, 연예인 섭외, 프로덕션 제작 등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W코리아는 이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공개하지 않았다.
논란은 단순한 기부금 액수를 넘어 구조적 문제로 번진다. 이혜주 W코리아 편집장이 기부금을 받는 한국유방건강재단의 이사를 겸직 중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는 기부 주체가 감독 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명백한 이해충돌로, 캠페인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W코리아는 기부 약속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파트너이자 감시 기구여야 할 재단으로부터 공개적인 비판이나 압박을 받을 위험이 사실상 사라진다.
재단이 이번 논란에 침묵하고 사태를 사실상 묵인해 온 배경에도 바로 이 유착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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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두산) |
◇ '유방암' 빠진 술파티…책임론 번지는 두산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Love Your W 2025' 행사 현장은 자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방탄소년단 뷔·RM·제이홉, 에스파 카리나·윈터, 아이브 장원영·안유진 등 90여명의 정상급 연예인이 참석했지만, 유방암 인식 향상과 관련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었다.
W코리아 공식 SNS에는 연예인들이 술잔을 들고 파티를 즐기는 모습만 가득했다. 유방암 인식 개선을 상징하는 핑크리본을 착용한 인물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수 박재범이 뒤풀이 무대에서 부른 '몸매'는 큰 논란을 일으켰다.
"니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 쌍둥이"라는 여성 신체를 노골적으로 묘사한 가사가 유방암 캠페인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19만명 규모의 유방암 환우 커뮤니티에서는 "유방암은 이용당한 것 같아 불쾌하다", "아픈 사람들 이용해서 돈 벌지 말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W코리아는 10월 1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과문에서 W코리아는 "행사 구성과 진행이 적절치 않았다"며 "환우 및 가족분들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핵심은 모두 빠진 허울뿐인 사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여론이 가장 거세게 지적하는 기부금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의 해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캠페인의 '진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혹은 외면한 채, 행사 진행 미숙 문제로만 사안을 축소하려는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문제는 개별 잡지사를 넘어, 그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산그룹의 책임 문제로 이어진다. W코리아를 발행하는 두산매거진은 두산그룹 산하 광고대행사 오리콤의 자회사다.
오리콤은 2008년 두산으로부터 매거진 사업부문을 118억원에 양수받았으며, 현재 두산이 오리콤 지분 60.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과거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현재는 박정원 회장 체제)의 장남인 박서원씨가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현재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박혜원 오리콤 부회장이 매거진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이는 두산매거진의 활동이 그룹의 핵심 리더십과 무관한 변방의 사업이 아니라, 오너 일가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있었음을 의미한다.
두산그룹은 '사회공헌'을 주요 경영 철학으로 내세우며 매년 ESG 보고서를 통해 '투명성', '이해관계자 소통',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세련된 기업의 언어는 자회사인 W코리아가 보여준 현실 앞에서 공허하기만 하다.
따라서 두산그룹은 이를 '자회사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관리 감독 책임을 통감하고 명확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자회사가 주최하는 대표적 자선행사에서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것은 그룹 전체의 사회공헌 진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