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적 추락하는 현대제철, 노사 갈등으로 위기 더 커지나

이준현 기자 / 기사승인 : 2025-01-21 08: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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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60% 급감했는데…노조, 사상 최대 성과급 요구
21일부터 파업 돌입...사측 "지난해 영업익 전액 줘도 요구안 수용 불가"
(사진=연합뉴스)

 

[알파경제=이준현 기자] 철강업계 불황 속 생존 위기에 직면한 현대제철에서 노사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0% 급감했음에도 현대자동차 수준의 사상 최대 성과급을 요구하며 21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 노조, 영업익 60% 급감했는데 사상 최대 성과급 요구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조는 전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과 함께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수준의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복리후생 부문에서도 전례 없는 수준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근로자가 차량 구매 시 2년간 1000만원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고, 정년 퇴직자에게는 3년마다 20%의 차량 할인 혜택을 제공하라는 것이다. 이는 자동차 그룹 계열사라는 점을 강조한 요구로 해석된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0만원 인상안을 제시하며, 2024년과 2025년도 성과급을 올해 임단협에서 함께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2024년도 성과급을 '0원'으로 제시하면서 노조의 반발을 샀다. 13차까지 이어진 교섭에서도 양측은 좁혀지지 않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닷새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자택 인근에서 장외 시위를 벌였고, 21일 오전 7시부터는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24시간 중단하는 파업에 돌입한다.

협정 근로자를 제외한 노조원 전원이 현장에서 철수하며, 협정 근로자는 설비 보호를 위한 필수 유지업무만 수행하게 된다.

파업 수위는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22일에는 노조 간부 전원이 24시간 파업을 이어가고, 다음 달 11일에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대규모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간 차별 해소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영업이익 15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과 달리, 현대제철은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노조는 같은 그룹 계열사임에도 처우에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가 요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을 모두 성과급으로 지급해도 부족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최대 성과급 요구는 상식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 당진조합 노조원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회장 자택 진입로에서 임단협에 항의하며 1인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영업익 3000억 전망…62.8% 급감

현대제철의 실적 하락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3조3176억원, 영업이익은 2968억원으로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전망이다.

이는 2023년 매출액 25조9148억원, 영업이익 7983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62.8% 급감한 수준이다.

분기별로 보면 실적 악화가 더욱 뚜렷하다. 2024년 4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915억원으로, 이는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10%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별도 기준 실적은 시황 부진으로 계절적 성수기에도 판매량 회복이 미진했다. 다만 강관 자회사의 일회성 이익 반영으로 연결 기준 실적은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은 제품별 수익성 악화다. 탄소강 부문의 톤당 영업이익은 2023년 40만6000원에서 2024년 13만7000원으로 급락했다. 철근과 형강을 생산하는 전기로 사업의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봉형강 판매량은 2023년 534만6000톤에서 2024년 442만6000톤으로 17.2% 감소했다.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형강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포항2공장의 가동률은 10%대까지 하락했다. 회사는 수요 둔화에 대응해 2024년부터 전기로 가동률 조절에 나섰으며, 이는 2025년에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는 현대제철의 2025년 실적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증권은 2025년 매출액 22조9900억원, 영업이익 6286억원을 전망했다.

이는 2024년 대비 매출액은 1.4% 감소, 영업이익은 111.8% 증가한 수준이지만, 2023년 영업이익의 78.7% 수준에 그치는 실적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지회와 금속노조 포항지부, 민주노총 포항지부는 15일 현대제철 포항1공장 정문에서 포항2공장 폐쇄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현대제철 위기, 구조적 문제

현대제철은 생존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철근 감산을 위해 인천 2철근 공장과 포항 철근 공장 가동을 일부 기간 전면 중단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포항 2공장 폐쇄까지 검토했으나, 노조와의 협의 끝에 축소 운영으로 가닥을 잡았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는 지난 철강업계 신년 인사회에서 미국 제철소 건설 검토를 언급하며 새로운 활로 모색을 시사했다. 이는 중국의 저가 철강재 공세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제철의 위기가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탄소중립 규제 강화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현재의 업황 악화 상황에서 파업이 발생할 경우 공급 차질로 인한 고객사 이탈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생산 차질로 인한 실적 하락이 결과적으로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재원마저 축소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경제 이준현 기자(wtcloud83@alpha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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